여자배구 리그

21.11.24 도로공사 vs GS칼텍스 - 도로공사 GS를 넘다

배구노트_임형준 2022. 2. 5.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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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많은 여자배구 팬들이 보고 싶어하셨던 경기내용이 오늘 같은 경기내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5세트 듀스까지 가는 접전승부가 나왔고, 그 승부의 끝은 도로공사의 승이었습니다.

 

오늘 게임은 이래저래 의미가 많았습니다. 저는 이번 시즌부터 봤지만, 도로공사가 GS칼텍스에게 10연패 중이었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두 팀은 3, 4위로 순위 다툼을 직접적으로 나누고 있는 팀끼리의 대결이기도 했습니다.

 

블로킹 

오늘 게임 도로공사의 게임을 한 단어로 표현해보자면 '블로킹'이라고 하고 싶네요.

 

1세트부터 도로공사가 GS전을 잘 대비한 듯한 모습으로 깔끔한 블로킹을 만들어나가면서 기세를 잡았고, 초반 2개 연속 블록 이외에도 블로킹으로 득점을 상당히 많이 올렸습니다. 여기에 서브에이스까지 더해지면서 도로공사가 서브와 블로킹으로 1세트 GS를 마구 흔들었습니다. 

 

예뻐 죽겠어 이윤정

오늘 경기도 주전 세터로 나온 이윤정은 켈시와의 호흡이 정말 좋았고, 켈시 특유의 타점 높은 공격이 잘 들어갈 수 있도록 타이밍이 아주 잘 잡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이윤정은 켈시만을 이용하는 것이 아닌 꾀많은 플레이로 센터들을 이용한 중앙, 이동공격, 시간차, 속공 골고루 시도했고, 직접 공격을 때리면서 득점을 올리는 등 과감한 선택으로 경기의 분위기를 이끌었습니다. 매니아가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이트니깐 농구로 예시를 들어보면 경기조율을 신바람나게 하는 포인트가드의 역할을 이윤정이 오늘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날카롭다 유서연

GS가 오늘 게임은 지긴 했지만, 여전히 유서연의 감각은 날카롭고, 위력적이었습니다. 진짜 2라운드에 제 기준에서는 가장 눈에 띄는 레프트가 유서연이 아닐까 싶네요. 공격하는 것 보면 진짜 영리하고, 어떻게 득점을 올려야 하는지 잘 알고 판단해서 때리는 느낌입니다. 유서연이 터져주면서 블로커들이 견제를 해줘야 하니 강소휘, 모마 쪽이 또 열릴 수 있고 요즘 3번째 주요공격수로 정말 완소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패배했지만 빛났던 GS의 용병술

1세트 조금 무기력하게 패하면서 그대로 무너지나, 오늘 드디어 도로공사가 압도적으로 GS를 한 번 잡아보나 했는데 교체로 들어온 권민지와 김지원은 팀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2~3세트를 가져오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김지원의 경기 운영도 돋보였고, 권민지가 에너지를 불어넣는 공격을 정말 많이 보여줬습니다. 이 두 선수를 투입하지 않고 계속 초반 멤버로 고집하면서 뚝심으로 갔다면 오늘 과연 5세트까지 가는 접전이 나올 수 있었을까 생각이 드네요.

 

도로공사 아쉬웠던 점

도로공사는 승리하긴 했는데 아쉬웠던 점 사소한 것부터 조금 큰 부분까지 3가지 정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첫 번째 오늘 문정원의 판단력이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서브가 길게 아웃되는지 인되는지 이것을 판단해서 수비를 딱 빼는데 공교롭게도 오늘 문정원이 아웃 예상해서 펼친 플레이들은 다 인으로 판정 됐습니다. 이는 서브 뿐 아니라 블로커 터치아웃 상황에서도 아웃을 예상했는데 인이 되면서 실점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유독 오늘 이런 판단이 잘 안됐던 것 같네요. 그리고, 박정아가 수비에서는 리듬이 좋았다고 보는데 블로킹 가담 타이밍이나 위치선정 이런 것들도 빠르고 좋게 이뤄졌는데, 클러치박이라는 이름에는 걸맞지 않게 공격에서의 리듬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3, 4세트 중요한 상황에 오히려 전새얀이 들어와서 공격의 활로를 뚫어야 했던 상황이 있었습니다. GS에서는 유서연, 강소휘 이렇게 터져주고 하면서 공격이 잘 풀리는데 도로공사에서 공격이 안풀릴 때는 켈시 뿐만 아니라 국내 선수들의 지원이 뚝 끊겨버려서 진짜 힘겹게 게임을 풀어나갔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세터 이고은입니다. 

 

이고은 어쩌면 좋을까

이윤정이 손목 부상으로 빠져있을 때 이고은이 들어왔습니다. 이고은도 절대 나쁜 선수가 아니고 근래까지 주전으로 나왔던 선수에, 이윤정보다 허슬플레이나 수비, 서브에서는 오히려 강점을 보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윤정이 빠지게 된 것은 뼈아프지만 이고은이 잘 해줄거야 라는 기대감을 갖고 봤는데요, 거짓말처럼 이것이 이고은의 잘못은 절대 아닐텐데 도로공사가 조금씩 분위기를 잃어가던 찰나에 들어간 것도 있지만, 이고은이 들어가 있을 때 켈시 쪽이 전혀 터지지 않았고, 도로공사의 공격이 잘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게 꼭 이고은의 잘못은 아니겠지 했는데 이윤정이 재투입되고 거짓말처럼 리듬을 찾는 켈시, 도로공사의 공격이 다시 잘 풀리는 것을 보고 세터의 성향이 게임의 흐름을 바꿀 수 있구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단 제가 느끼기에 이고은 선수는 다른 부분보다 자신감이 좀 없습니다. 실수 같은 것을 하거나 감독에게 조금 꾸중이라면 꾸중을 들었을 때 너무 주눅, 위축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윤정은 막 당차고, 네! 이러고 털고 일어나고 팀원들에 실수에 대해 적극 어필하면서 다운 되지 않는데 이고은은 조금 그러지 못한 것 같더라구요. 공교롭게도 이윤정이 주전으로 나온 2경기 분위기, 내용도 좋고, 다 승리로 따내고 있고 이런 상황이다보니 주전 세터 시험삼아 이윤정을 세워보는 것이 아니라 붙박이 이윤정을 두고, 백업으로 이고은이 가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은 또 블로킹

오늘 긴 접전 끝에 경기의 분위기를 가져온 것은 역시 또 블로킹이었습니다. 도로공사는 오늘 팀 블로킹이 상당히 많았는데요, 듀스에서 득점들이 블로킹으로 나오면서 결국 오늘 1세트 초반 잘 됐던 것들을 기반으로 GS전 연패를 끊고, 자신들 위쪽의 GS를 잡으면서 순위 싸움에서도 뒤를 바짝 쫓게 됐습니다.

 

참 시원시원 했던 게임이었습니다. 양 팀 다 진짜 멋진 플레이들 많이 나왔고, 유서연의 멋진 공격과 강소휘의 피하지 않고 덤벼드는 승부사 근성이나 모마와 켈시의 자존심 대결부터 세터들의 경기운영 싸움, 용병술 싸움 이런 것들이 골고루 펼쳐진 명경기였습니다.

 

그 동안 다소 김빠지는 3-0 승부들로 조금 루즈했고, 지금 기업은행 사태로 여자배구에 시들시들해진 마음이 오늘 경기를 보고 다시 타올랐습니다. 이런 경기들을 정말 보고 싶었고, 기다렸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명경기가 많이 나오길 바라봅니다. 치킨 값이 전혀 아깝지 않았던 명승부를 펼쳐준 두 팀에 감사인사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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