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리그

2021.11.05 현대건설 vs 페퍼저축은행 (페퍼폭탄 폭발 직전까지 오다)

배구노트_임형준 2022. 2. 5.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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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게임은 진짜 여러모로 놀라운 게임이었습니다. 당장 어제의 간단 후기에서도 현건이 페퍼에게 잡힐 가능성은 아무래도 조금 희박하다보니 기업은행과 페퍼의 시즌 첫 승을 건 데쓰매치가 펼쳐질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했었는데요, 역시 공은 둥글고, 게임은 해봐야 안다는 말이 왜 스포츠에서 명언처럼 쓰이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아 물론, 결과부터 말하자면 경기는 현대건설의 승리였습니다. 오늘 이번 시즌 첫 풀세트까지 가는 게임이었고, 그 풀세트 게임이 전승팀 vs 전패팀, 시즌 1위팀과 최하위팀의 게임에서 나왔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페퍼의 모든 경기들을 보면서 느낀 점이라면 이 팀이 초반에 2~3경기 정도는 아직 경험이 많이 부족하구나도 있지만, 기량도 조금 많이 떨어지는구나 이렇게 느껴지는 장면들이 많았는데요, 경기가 거듭될 수록 선수들이 성장해나가고 있고, 공격루트나 패턴도 다양해지고, 수비에서 끈끈한 이런 장면들을 보여주면서 끈질긴 팀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중요한 상황에서 범실이 나온다거나 하는 장면들입니다. 특히나 저는 서브 범실 쪽을 조금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데요, 엘리자벳은 서브를 할 때 특별히 파워서브를 넣는 것은 아닌데도 범실이 많아서 서브를 넣을 때 교체를 해줘야 하는 일들이 잦고, 이한비도 서브 거리를 너무 못재고 홈런성 아웃이 되는 경우가 많이 나옵니다. 오늘 마지막 5세트 범실도 결국 서브 범실로 마무리 됐습니다.

 

그러나 페퍼는 의심의 여지없이 오늘 성과도 그렇고 내용면에서도 시즌 베스트 게임을 펼쳤고, 그 결과 게임에서 승리하진 못했으나 풀세트까지 가면서 창단 후 승점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1위팀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 나온 것이 대단한 성과죠. 라운드 거듭된다면 분명 더 좋은 상황들, 오늘 같은 승부처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드는 팀입니다.

 

현대건설의 이야기를 해보면 페퍼가 끈덕지게 잘 한 것도 있지만, 2~3세트는 현대건설 스스로 범실로 무너진 세트들이었습니다. 오늘 제가 느끼기에 포지션폴트 범실 외에 나올 수 있는 범실은 다 나온 것 같고, 그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가지가지 한다 싶을 정도로 범실이 많았습니다. 3세트에는 이번 시즌 가장 어두운 표정으로 선수들이 게임에 임했고, 시종일관 끌려가는 게임을 해야했습니다. 

 

지난 흥국과 페퍼의 게임에서 페퍼가 31개의 범실을 하면서 너무 아쉽게 게임을 놓쳤다고 했었는데, 오늘 현대건설이 범실 33개를 했습니다. 수치상으론 져도 이상하지 않을 게임이었고, 페퍼가 아직 경험이 적은 팀이니까 어떻게든 이런 압박감을 잘 이겨낼 수 있는 베테랑이 많은 현건이 이길 수 있었지 중상위권 팀들과 게임하는데 이런 범실이 나왔다면 승리는 절대 불가능이라고 봐야죠.

 

여기에 평소 자랑하던 블로킹도 현대건설보다 오히려 페퍼가 많이해주면서 현대건설이 공격에서 힘겨웠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우선 야스민이 한 경기 쉬고 복귀를 했는데 오늘 출전은 가능하나 몸상태가 베스트는 아니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컨디션 난조 및 경기감 저하 이것이 복합적으로 있었는지 야스민 쪽에서 볼 수 있었던 시원시원한 공격들이 잘 터져나오지 않으면서 현대건설이 힘들게 갔습니다. 

 

야스민이 빠져서 공격에서 힘이 조금 떨어진 상황에서 공격의 활로를 뚫어준 것은 황연주였고, 현대건설의 가장 믿음직한 득점원 양효진까지 위기의 상황에서 잘 버텨주면서 부진한 야스민의 자리를 채웠습니다. 코스를 잘 노리고 때리는 양효진의 노련한 플레이는 언제봐도 정말 잘한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오늘 고예림도 초반에 공격에서 득점 많이 올리고 초반에 팀내 최다득점자로 출발하면서 좋은 감각을 보여줬는데, 고예림이 잘 되던 시점에 말로만 듣던 범실건설이 발동하면서 그 활약이 조금 묻힌 감은 있습니다.

 

오늘 제 눈에 띄었던 선수는 황연주와 김연견, 그리고 김주하 선수까지도 넣어보고 싶네요. 황연주는 오늘 엄청 높은 공격성공률과 득점을 보여줬고, 야스민을 쉬게하는 동안 오늘도 잘 채워줬습니다. 여기에 야스민 빠지고 낮아진 높이에 엘리자벳이 날뛸 수 있는 상황에서 김연견의 디그와 몇 번의 세이브도 팀을 구해내는 활약이었고, 김주하가 많은 시간을 뛰진 않았으나 있는 동안 수비에서 존재감을 역시나 보여줬습니다.

 

시즌은 길고, 이렇게 안풀리는 날은 언제든 다시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겼다도 좋지만, 오늘 2~3세트 같은 경기력이 다시 나오지 않도록 집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페퍼 입장에서는 오늘 처음으로 2세트를 따내본 게임, 승점을 획득한 게임으로 기억에 남을 게임이 됐을 듯 합니다. 

 

이로써 정말로 일요일에 첫 승 데쓰매치가 성사가 됐습니다. 페퍼 오늘 경기하는거보면 기업은행 긴장해야 할 듯 싶습니다. 외국인 선수 싸움에서 크게 밀리고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행인데 어쩌면 진짜 오늘 터질 뻔 했던 페퍼 폭탄이 기업은행에게서는 진짜 불발 없이 터질지도 모르겠다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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