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시 한 번 일주일만에 페퍼의 홈에서 기업은행이 시즌 첫 승에 도전하였습니다. 페퍼는 시즌 2승과 더불어 홈 경기 첫 승을 노리는 게임이었고, 상대가 지난 번에 첫 승의 상대였기 때문에 자신감 또한 조금 더 있었을 듯 합니다.
기업은행 게임 보면서 오늘 진짜 좀 숨 답답한 적이 많았고 했는데, 선수들의 결의가 느껴졌습니다. 우선, 근래 2경기 정도 매우 안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던 김주향이 공격으로 실마리를 찾아나갔습니다. 김하경이 오늘 김주향에게 올려주는 토스가 빠르게 올라가서 때릴 수 있도록 해줬는데, 김주향이 사이드에서 펄펄 날아주고, 표승주도 비슷하게 사이드에서 직선타를 많이 시도하면서 경기를 이끌어나갔습니다. 1세트 중후반부터 라셈이 빠지고 2경기 가량 무릎 부상으로 휴식을 가졌던 김희진이 라이트로 출전하여서 기업은행의 분위기를 더 끌어올렸습니다. 들어오자마자 백어택으로 딱 1점 뽑고 시작하던데 김희진의 몸상태는 좋구나 하는 것을 그 하나로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1세트를 좋은 분위기로 마무리 하고, 2세트도 거의 기업은행의 분위기였습니다. 조금 의아했던 것이 김희진이 들어오고 분위기가 좋았기 때문에 쭉 김희진으로 가는 것은 이해가 되긴 했으나 라셈을 너무 안써서 이렇게 안써도 되나 싶을 정도로 기용을 잘 하지 않더군요. 제가 느끼기에 오늘 라셈의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라셈을 더 기용했어도 좋았을 듯 합니다. 김수지가 2세트에 블로킹을 연이어 해내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기업은행의 쪽이었고, 여기에 페퍼에서는 이한비가 1~2세트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범실들을 구사했습니다. 특히나 리시브에서 완전히 무너지고, 서브 범실에 이한비가 너무 안풀리고 있었던 것도 컸습니다.
그러나 좋아하긴 너무 이른 타이밍이었습니다. 기업은행도 자잘한 범실들이 조금씩 나오고, 하혜진이 서브를 넣는 타이밍에 오늘 비교적 안정적으로 리시브 해주고, 공략 당하지 않았던 김주향에게 서브를 넣기 시작했는데 갑작스럽게 3연속 실점으로 이어질 정도로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경기가 순식간에 대등하게 갔고, 지난 경기에서처럼 승부처에서 페퍼는 어김없이 엘리자벳이 나서기 시작하면서 2세트 좋은 분위기를 다 만들어놓고는 페퍼가 가져가는 일이 생깁니다.
3세트는 엘리자벳이 더욱 더 무섭게 치고 올라왔고, 2세트까지 침묵하던 이한비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기업은행은 이 분위기를 바로 잡지 못하고 3세트까지 연이어 내주게 됩니다. 엘리자벳이 너무 잘 터지고 있었고, 갑자기 큰 문제 없던 리시브 라인이 흔들리고 이러면서 기업은행이 크게 휘청했습니다. 오늘 조심스럽게 서브를 넣어서 범실이 없었던 김주향도 다시 서브 범실을 시작하고, 뭔가 지난 경기 PTSD가 다시 시작되나 숨 답답해지고 있었는데, 4세트에 선수들이 바짝 집중해서 김희진, 표승주, 라셈, 김주향 이렇게 기업은행이 자랑하는 강력한 라인을 풀 가동하여 엘리자벳의 막강한 공격에 대응을 했습니다.
저는 오늘 게임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4세트에서 라셈이 엘리자벳의 공격을 블로킹으로 막아내면서 득점을 올리는 장면이었습니다. 라셈이 외국인 선수인데도 블로킹을 성공시키는 것을 많이 본 적이 없는데요, 일단 뜨면 막기 어렵다는, 오늘 높이의 김수지-김희진 블로킹 위로 스파이크를 때려넣고 하던 엘리자벳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4세트 분위기 자체가 좋기도 했지만, 이 장면이 매우 상징적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4세트 제법 큰 점수차로 기업은행이 가져갔고, 승부는 5세트까지 가게 됐습니다.
이번 시즌 두 번째 5세트까지 가는 게임인데, 공교롭게도 그 두 번 모두 페퍼가 하고 있습니다. 누가봐도 뻔한 것이 분명히 페퍼는 엘리자벳 Go 이 전술로 나올텐데, 이걸 기업은행이 어떻게 버텨내느냐와 범실을 하지 않는 것 이것이 가장 중요했는데요, 이 중요한 관전포인트에서 엘리자벳의 공격이 연이은 범실로 이어지고, 페퍼 선수들이 서브 범실 등 실점을 쉽게 해버렸고, 오늘 고른 득점 분포를 보였던 기업은행의 선수들이 골고루 공격을 성공시키면서 시즌 첫 승을 비로소 따낼 수 있었습니다.
페퍼의 경우에는 고비 때마다 나왔던 범실이 아쉬웠고, 엘리자벳이 진짜 어려운 공도 처리를 잘 해주고 있긴 한데, 뭔가 오늘 같은 경우에는 리시브가 좀 더 잘 되가지고 엘리자벳이 더 잘 때릴 수 있도록 많이 올려줬더라면 좋았을 듯 합니다.
기업은행의 경우에는 중간 중간 손발이 안맞는 모습을 보이긴 했으나 김하경이 표승주, 김주향에게 올려준 토스들이 오늘 빠른 스윙으로 직선코스에다가 스파이크 꽂기 좋은 타이밍에 올라갔고, 라셈이 공격 실패할 때 보면 다른 외국인 선수들보다 죽은 볼처리가 잘 안되니깐 거기 스텝을 맞추려고 느릿느릿하게 올라가서 타이밍이 많이 읽히거나 수비 재정비가 쉽게 되는데, 잘 때릴 때 보면 토스가 딱 라셈이 원하는 코스와 높이로 속도까지 적당하게 오니까 라셈의 스파이크도 빠르게 가능하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김하경이 오늘 진짜 숨은 승리의 주역이라 생각하고, 부상 복귀 이후에 포지션 변경해서 들어와서 오늘도 센터로 뛰었다가 라이트로 뛰었다가 하면서 기업은행의 공격을 살려준 김희진 선수도 매우 좋았습니다.
어깨가 쳐져있었던 선수들이 조금 늦었지만 첫 승을 통해 힘을 얻고, 더 좋은 경기들 앞으로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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