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팀은 연패탈출이 이뤄지는 매치업이었는데요, 오늘 경기는 분위기 롤러코스터를 몇 번이나 탔는지 모를 그런 게임이었습니다. 1세트부터 듀스까지 가면서 치열한데 했던 게임이, 범실로 다소 허무하게 종료, 2세트 다소 무기력한 페퍼의 경기력에 3-0 셧아웃패가 오늘도 나겠구나 했는데 3세트 초반 큰 격차로 벌어졌던 것을 역전에 재역전 거듭하며 한 세트를 따내는 등 진짜 알 수 없는 흐름으로 게임이 흘러갔습니다.
나를 노린다고? 그럼 내가 찢을게 - 정윤주
예상대로 오늘 정윤주가 스타팅으로 나왔고, 페퍼는 정윤주를 서브로 괴롭혔습니다. 그래도 비교적 잘 버텨주면서 게임이 대등하게 가나 하던 순간에 정윤주 쪽에서 리시브 실수가 나오고 하면서 흥국이 먼저 흔들리기 시작했고, 페퍼가 앞서나가며 오늘 페퍼 느낌 좋은데 하고 있던 순간 정윤주가 미친 듯 몰아쳤습니다. 연속으로 공격하고, 득점 올리고 하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뀌었고, 점수차를 좁히며 대등한 경기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했습니다. 얼마나 대단했냐면 수 없이 공격했던 1세트 동안 공격범실이 없었고, 양 팀의 모든 선수들 중에서 10득점을 가장 먼저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신인답지 않게 과감하고, 강력한 공격을 선보였고, 페퍼는 정윤주 제어가 전혀 안됐습니다. 오늘 프리뷰를 통해서는 확실한 2옵션이 없어서 외국인 선수들에게 많이 기대야 한다 이렇게 평가를 했었는데, 정윤주의 오늘 같은 활약이라면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최근에 공격에서 김미연이 저조하고, 김다은이 잘 해주다가 리시브 문제로 잘 못나오고, 정윤주에게 기회가 주어진 상황에서 오늘은 패기 신인 그 이상의 활약, 팀을 이끌고 가는 활약을 펼쳤습니다.
페퍼, 고질적인 서브범실 좀 줄여라!
정윤주의 활약 속에 그대로 페퍼가 무너졌다기에는 페퍼도 오늘 엘리자벳이 살짝 평소보단 아쉬운 부분은 있으나 다른 선수들이 분전하면서 치고 받는 모양새로 갔습니다. 일방적이었다면 듀스로 가거나 하는 상황이 나오지도 않았겠지요. 1세트 듀스가 된 상황에서 아직 모른다, 이거 어떻게든 잡아내면 기세 오를 수 있다 하는 상황에서 박경현의 서브가 바로 코트를 벗어나면서 범실로 기록, 이어지는 흥국의 공격에서 손 쉬운 득점이 나오면서 1세트 듀스 상황이 다소 허무하게 마무리가 됐습니다. 여기에 2세트 초반부터 아마도 1세트의 여파가 남아서 그런지 골고루 선수들이 서브 범실을 하면서 2세트는 너무 급격하게 무너졌습니다. 승부처에서 나온 범실이다보니, 또 젊은 팀이고 하다보니 이런 분위기에 쉽게 휩쓸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오늘 서브로도 득점을 내고, 잘 통한 장면들이 있어서 공격적으로 가보는 것을 이해는 하지만, 진짜 중요한 상황에서는 먼저 안정적으로 넘기는데 주력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페퍼 패했지만 의미있었던 게임
페퍼가 시즌 2승을 챙기기에는 부족함이 있었습니다만, 오늘 게임에서도 성과는 있습니다. 1세트 듀스 상황에서 범실로 세트를 내주고 2세트까지 다소 무기력하고 내주면서 그대로 무릎 꿇어버리나 했는데 3세트 큰 차이를 뒤집고 따내는 그런 저력, 분위기에 휩싸이지 않고 스스로 분위기를 주도해내는 그런 경기를 펼쳐보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기세로 4세트까지 갔더라면 좋았겠지만, 일단은 3세트를 역전으로 승리해낸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조금 더 디테일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고, 1세트 패배로 흔들려서 2세트에 들어섰을 때 선수들이 동요되거나 하지 않도록 이끌어줄 코트 위의 베테랑 선수가 있다면 페퍼도 더 괜찮은 게임 펼칠 수 있을 듯 합니다.
게임 MVP 정윤주
정윤주가 20점에 서브에이스 1개, 블로킹도 3개인데, 이 블로킹이 3세트를 뺏기고 4세트에 분위기를 가져오는데 나온 것이 매우 컸습니다. 조금조금 나오다가 주전으로 나오기 시작해서 몇 게임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MVP에 뽑혔는데요, 정윤주가 아직은 리시브가 부족하다거나 한 부분들이 있긴해도 경험 쌓으면서 이런 부분 향상시키고, 오늘처럼 과감한 공격, 성공률 높은 공격을 보여줄 수 있다면 외국인선수와 함께 강력한 원투펀치 라인 구축가능, 정윤주 개인적으로는 단숨에 팀 내의 믿음직한 국내 에이스로 우뚝 설 수 있을 듯 합니다.
흥국에게는 기나긴 연패 탈출, 정윤주의 확실한 눈도장, 엘리자벳과의 맞대결에서 승리한 캣벨 등 여러가지 긍정적인 요소들이 많은 게임이었습니다. 페퍼의 2승 도전이 오늘은 가능했을 법도 했는데 혹시라도 1세트를 페퍼가 가져갔더라면 경기 양상은 어떠했을까 이런 생각도 들고 아쉬움이 많으나 셧아웃으로 끝나지 않고 3세트 역전 승으로 이끌고 갔던 그런 부분들 떠올려서 앞으로의 게임들 풀어나가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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