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3.03 KGC인삼공사 vs 페퍼저축은행 - 페퍼상대 시즌 전승을 기록한 인삼공사

페퍼와 인삼공사. 두 팀 다 지금 부상선수들이 많아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팀입니다. 페퍼가 아무래도 약체라고 할 수 있는 팀이다보니 시즌 막판에 접어들었고, 사실 상 3위 팀을 따라잡기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봄배구 탈락이라 볼 수 있는 인삼공사도 베스트 멤버를 돌리지는 않았습니다. 

 

인삼공사는 박혜민, 이소영, 한송이를 주전 라인업에서 빼고 고의정, 이선우, 나현수로 출발을 했습니다. 확실히 주전 멤버는 주전 멤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현수는 길게 뛰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어서 오늘 주전일 때 기대하는 바가 엄청 크진 않긴 했습니다만, 경기를 보는 동안 어떤 특징과 장점을 가진 선수인지 느껴지지 않았고, 오늘 주전으로 출장한 벤치멤버 중에서는 이후에 따로 투입이 되지 않을 정도로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이선우, 고의정은 파워는 있는 공격수이나 받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레프트 포지션의 특성 상 이 부분에서 안정감이 없다보니 박혜민, 이소영과 차이가 났습니다.

 

1세트는 따로 정예멤버로 돌리지 않고 계속해서 오늘의 주전 멤버 그대로 뚝심으로 버텨봤는데요, 정호영과 이선우가 분전했습니다만, 듀스까지 가는 접전 끝에 인삼공사가 패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 듀스도 페퍼 쪽에서 확실한 득점 찬스를 범실로 기록해버린 엘리자벳의 다이렉트 범실이나 이단 연결의 미숙함으로 인해 찬스볼을 찬스볼로 살리지 못한 경우들이 많아 듀스로 가게 된 것이지 만약에 이런 것들이 정확하게 이뤄졌다면 더 빠르게 페퍼가 1세트를 가져갔을 듯 합니다.

 

주전 멤버 있다 없으니까

1세트 원포인트 블로커로 들어간 이후에 2세트부터는 한송이가 계속 센터의 한 자리를 책임져줬습니다. 한송이가 확실히 경험에서 나오는 판단력이나 기랑적인 측면에서 존재 자체가 든든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여기에 2세트부터 인삼공사가 그래도 페퍼를 상대로 패배보다는 전승을 기록하는 것을 더 원했을 것이기 때문에 중반부터는 박혜민을 넣어서 리시브나 수비 쪽은 조금 더 보강하고, 후반부에는 이소영까지 투입시키면서 부상자는 빠진 상태에서의 사실 상 베스트 라인업으로 경기를 뛰었는데, 이 선수들이 있는 것과 없는 것 차이가 확실하게 났습니다. 박혜민이 크게 이선우, 고의정보다 뛰어난가 싶은 생각도 늘 해왔는데 리시브가 한 순간에 박살이 나는 경우(곧바로 실점으로 나는)가 두 선수보다 덜한 편이고 이러니 그런 부분들이 경기내용에 상당히 많이 반영되는 듯 보였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이소영이 후위일 때 전위에서 이선우가 공격을 담당해주고, 이소영이 전위일 때는 박혜민이 후위에서 리시브를 좀 받아줘서 정호영, 이소영 두 공격수들을 잘 쓸 수 있게 해준다면 이게 베스트 시나리오가 아닐까 싶은데 일단은 그 베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누가 됐던 인삼공사 레프트들이 리시브를 진짜 갈고 닦아줘야 할 듯 합니다.

 

돌아온 페퍼의 서범 트리오

오늘 두 팀 다 서브 범실이 중요할 때 계속 나오고 하면서 못치고 나가고 이런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와중에 진짜 오랜만에 시즌 초반으로 돌아간 느낌을 받았던 것이 페퍼의 서브 범실 트리오로 불리었던 이한비, 박경현, 최가은 이 세 명의 서브 범실이 오늘 간만에 터져나왔습니다. 이런건 진짜 안터져 나오는게 좋은건데 페퍼가 안되는 흐름일 때 항상 이런 서브 범실이 발목을 잡았었는데 오늘 그런 장면들이 저 세 선수들에게서 나와서 오랜만에 참 아쉬웠네요. 

 

페퍼 찬스가 나오면 때리는 공격은 괜찮다

페퍼에서 엘리자벳은 리그에서 손 꼽히는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이고, 이한비, 박경현도 제대로 때리는 날에는 누구 부러울 것 없이 파워도 좋고 코스도 좋은 공격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런 좋은 스파이크를 때릴 찬스 자체가 잘 안나옵니다. 리시브의 아쉬움 보다는 저는 지금 페퍼는 연결이 너무 불안정한 점이 문제인 듯 합니다. 구솔이 주전으로 나온 첫 경기는 저는 그래도 좀 괜찮은데 하고 봤다가 두 번째 경기부터 오늘까지는 너무 불안정한데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앙을 의도적으로 쓰려고 해도 토스의 정확도나 호흡이 잘 안맞는 모습이고, 좋은 수비로 인해서 만들어진 찬스에서 올라가는 이단 연결도 일정하지 못해서 문제가 큽니다. 이는 김세인의 이단도 마찬가지고 일단 페퍼의 팀 자체가 아직은 이런 디테일적인 부분이 단 시간에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것 같긴 한데요, 이런 부분이 조금만 더 해결된다면 공격 그래도 시원시원한 장면 좀 나올 듯 싶습니다.

 

애매한 인삼공사 다음 시즌을 위해선 교통정리 계획이 필요

오늘 인삼공사도 갈 길 바쁘게 움직이기 보다 선수들 기량도 체크하고 하면서 다양하게 선수들 써보고 했던 것 같은데 진짜 좀 애매한 선수들이 많이 모여있는 듯 했습니다. 특징, 장/단점이 너무 겹치는 선수들이 많네요. 부상 없이 지금 시즌을 쭉 치뤄왔다면 어쩌면 잘 못느꼈을 문제점일 수도 있는데 팀에 부상이라는 변수가 생기자 보면서 좀 문제일 것 같은데 했던 것들이 다 현실로 다가오면서 직접 보여지니 이런 부분을 교통정리를 좀 해서 보강하지 않으면 FA 영입 효과를 크게 누리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음 시즌 인삼공사가 기대이상의 성적을 거두려면 남은 6라운드를 통해 이런 부분을 잘 체크해서 방향성 설정이 시급할 듯 합니다.

 

 

비주전 라인업의 선수들로 주전을 꾸려서 페퍼에게 가볍게 승리하기엔 페퍼도 많이 성장하긴 했습니다. 또 한 편으로는 페퍼가 많이 성장한 것도 있지만, 인삼공사가 그 만큼 여유부릴 정도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도 한 몫을 했다고 봅니다. 아무튼 주전들 막판엔 기용해서 경험 부족의 페퍼를 상대로 경기는 따냈는데 뭔가 인삼공사가 갈 길은 멀구나 느껴지는 그런 게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