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리그

21.12.07 현대건설 vs 도로공사 후기 - 소문난 잔치

배구노트_임형준 2022. 2. 5.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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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현재 리그에서 가장 좋은 분위기의 두 팀이 붙어서 한 팀은 연승을 마감해야 하는 게임이었습니다. 두 팀 다 진짜 근래 경기력이 좋았기에 막상막하의 게임이 예상됐고, 그럼에도 현대건설이 최근 위기관리 능력도 좋고해서 접전 끝에 승리를 가져가지 않을까 했는데 마지막에 마음이 급한 것은 오히려 현대건설, 패배라는 것이 턱밑까지 온 것을 느끼게 되자 급한 플레이들이 많이 나오면서 5세트에서 끝내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과연 블로킹 1위팀

1세트 초반부터 도로공사의 블로킹이 엄청나게 터졌습니다. 그 중에서도 놀라웠던 것이 야스민의 리듬이나 패턴을 잘 파악했는지 야스민 공격을 엄청 잘 막아세웠습니다. 야스민이 터지지 않고, 야스민이 때린 것이 곧바로 블로킹으로 실점이 되니 현대건설이 초반부터 크게 흔들리면서 출발을 했습니다. 도로공사에는 좋은 블로커들이 많이 있습니다. 정대영, 배유나, 켈시에 박정아도 187cm의 레프트여서 높이가 매우 좋고, 전새얀도 팔이 길어서 블로킹 능력이 좋은 레프트다보니 블로킹이 여기저기서 마구 터져나왔습니다. 야스민도 보면 몇 번 막혀도 절대 굴하지 않고 때리는 타입이다 보니 막을테면 막아봐라 vs 막아내고야 만다의 싸움으로 흘러가서 보는 내내 흥미진진, 손에 땀을 쥐었습니다.

 

공격에 맞불을 놓다 - 정지윤

야스민이 잘 풀리지 않으니 다른 사이드 쪽의 공격수를 찾아야 했고, 고예림이 몇 번 시도를 해봤으나 블로킹들에 막히면서 공격에서 활로가 전혀 뚫리지 않았습니다. 양효진이 코트 바깥 쪽으로 찔러 넣은 공격도 처음 시도가 아웃으로 범실, 두 번째 시도가 이윤정이 코스를 잘 읽고 들어가서 디그 이러면서 양효진 매직도 잘 통하지 않았고, 이런 공격에서의 답답한 상황을 정지윤이 뚫어줘야 했습니다. 그 선택은 최고였습니다. 정지윤이 들어가서 공격을 터뜨려주고 하면서 현대건설의 공격이 풀리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야스민 쪽도 열리기 시작하며 2, 3세트를 가져오게 만들어줬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후위타임의 정지윤

아무래도 리시브에서는 주요 표적이 될 수 밖에 없는 정지윤이다보니 후위로 가는 시간대에 현대건설이 많이 흔들렸습니다. 이 타이밍을 넘기기 위해서 정지윤이 후위로 갔을 때 오늘은 김주하를 넣어 강화하는 쪽으로 갔는데, 또 문제가 오늘 김주하도 리시브가 안정적이지 못하면서 따낼 수 있었던 4세트를 이런 아쉬운 부분부분들이 더해지면서 내준 것이 오늘 현대건설의 입장에선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정지윤의 막강한 공격력을 쓰려면 반대로 또 불안한 리시브 불안도 당장은 안고가야 하는 것인데 진짜 이건 정지윤이 이겨내줄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불안했지만 살아난 클러치박

오늘 켈시가 진짜 어마어마했습니다. 야스민과 정면승부에서 켈시가 이겨낼 수 있을까 했는데, 켈시가 진짜 높은 타점으로 잘 때려주면서 도로공사의 공격을 이끌었고, 정말 막기 어려웠습니다. 도로공사가 2, 3세트 좀 아쉬웠던 것이 켈시한테 조금 더 집중해도 됐을 것 같은 상황에서 사이드 쪽을 많이 썼는데 이 때 박정아가 해결을 해주질 못하면서 세트를 따내지 못했고, 이런 장면들이 머리에 남아 뒤에서 부담을 느낄 수 있었을텐데, 이후에는 블로킹을 보고 길게 밀어치는 공격부터 시작해서 박정아가 공격의 리듬을 찾으며 4, 5세트에는 존재감을 보여줬습니다. 역시 이런게 슈퍼스타구나 싶은 모습이었네요. 어쩌면 2, 3세트에 박정아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는 대신 켈시에게 갔더라면 5세트 안에 끝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지만, 그만큼 믿음의 선수니까 당연히 팀 입장에소도 찬스를 만들어주는 것이고, 또 진짜 해줘야 할 때 오늘 보여줬습니다. 4, 5세트의 박정아는 정말 매서웠습니다.

 

전체적으로 준비를 잘한 듯한 도로공사

야스민에 대한 블로킹 견제부터, 양효진이 잘 때리는 코스에 임명옥, 이윤정이 자리를 먼저 잡고 커버하는 등 현대건설 전에 대한 대비를 정말 잘 했다는 것이 느껴지는 도로공사였습니다. 그리고, 더 침착했고, 더 집중력있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급한 마음으로 게임을 놓친 현대건설

현대건설이 오늘 경기를 너무 크게 패했다거나 이런 것은 아니지만 오늘 게임 분명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일단 오늘도 범실이 너무 많았던 부분도 있고, 다른 것보다 김다인이 자신의 수비 커버 범위가 아니거나 조금 더 천천히 처리해서 침착하게 가도 될 것을 조금 무리하게 몸 날려서 플라잉디그로 처리하다가 실점하는 장면들이 몇 번 있었습니다. 제가 봤을 때는 그 볼들은 뒤에 황민경이 처리가 가능한 수준이거나 아니면 조금 더 보고 천천히 쳐도 충분한데 너무 고점에 있는 공을 쳐내려다가 수비실패가 됐습니다. 여기에 5세트 거의 마지막에 배유나의 절묘한 코스의 서브를 이다현이 조금 급하게 손댔다가 그대로 실점하기도 하고 이런 부분들이 너무 마음이 조급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번 시즌 처음 겪는 패배의 직전에 몰려있는 상황이다보니 선수들이 더 뭔가 마음이 급했던 것 같아요. 도로공사가 잘 짜온 플랜에 잘 맞서서 싸웠는데 마지막에 마무리가 아쉬웠습니다.

 

아쉽지만 후련한 연승의 끝 

현대건설의 연승은 끝이 났는데, 한 편으로는 조금 후련하기도 할 듯 합니다. 너무 개막 후 무패 연승 여기에 포커스가 맞춰져서 연승에 대한 부담감이 컸을 것 같았는데요, 그만큼 또 상실감이 클 순 있겠으나 연승에 대한 부담은 잊고 임할 수 있으니 이번 패배로 더 강력한 현대건설이 되길 바라봅니다.

 

도로공사 분위기를 타다

오늘 게임 끝나고 이예림은 눈물을 흘리고, 주변에 동료들은 얘 울어!? 하면서 달래주는 것 반, 놀리는 것 반으로 모여서 대화 나누고 하더라구요. 그만큼 이번 경기에 대해 열심히 준비했고, 앞서 두 번 다 3-0으로 졌었기 때문에 꼭 갚아주고픈 그런 열망들이 있었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이윤정이 주전이 되고 계속 승리로 달리고 있는데, 켈시와의 호흡도 좋아지고, 박정아의 리듬이 좋아진 것도 결국 이윤정과의 호흡이 잘 맞아간다는 것이겠죠. 제가 봤을 때 이윤정의 장점 중에 하나는 어떤 세터든 불안한 리시브 때문에 네트에 붙는 볼을 어떻게든 우리팀 선수가 공격할 수 있도록 올려둬야 하는 상황이 나오기 마련인데요, 이윤정은 이런 볼 처리를 잘 해줍니다. 지난 경기에서도 이런 장면이 나와서 배유나였나 정대영이 마무리를 딱했는데, 박정아가 와~ 하면서 엄지척 해주는 장면이 나오고 하더라구요. 이런 것도 좋고, 배짱도 있고 해서 도로공사의 플레이들이 더 경쾌하고, 재미있어진 듯 합니다. 오늘도 마지막에 켈시가 아닌 전새얀을 선택하는 것도 매우 멋진 작전이었습니다. 전새얀이 은근 보면 게임 마무리 짓는 득점을 잘 올리는 선수인데 또 딱 전새얀에게 찬스가 갔네요. 부담감이 큰 대결에서 강한 집중력으로 승리를 가져온 도로공사의 대단한 경기였습니다. 근래에 상위팀들 다 꺾고 있는 도로공사인데 상위권 싸움 3라운드 들어서 더 재미있어지겠네요. 

 

 

오늘 진짜 소문난 잔치였는데 5세트까지 가는 게임에 화끈한 공격전이 펼쳐지고, 선수들이 몸을 날리는 디그에 명장면들 많았습니다. 특히나 이번 시즌 다소 심심한 게임들이 많았다는 평가들이 많은데 오늘 화끈한 경기가 나와서 너무 좋았습니다.

 

도로공사의 페이스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현대건설 첫 패 이후 일정이 쉽진 않은데 어떤 모습으로 다음 경기에 나오게 될지 기대되는 3라운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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