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리그

21.12.23 도로공사 vs IBK 기업은행 - 머선일이고

배구노트_임형준 2022. 2. 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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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의 일정이 지금 엄청 어려운 상황이어서 연패 예약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있었고, 김호철 감독 부임 두 번째 게임이라 언제쯤 봉인해제가 될 지도 관심사였는데, 오늘 5세트까지 가는 접전이 펼쳐지다보니 치열했던 경기인만큼 김호철 감독의 봉인해제가 다소 빠른 시점에 이뤄졌습니다.

 

기업은행 입장에서는 오늘 너무 아쉬웠던 것이 2-0으로 앞서다가 마지막에 3-2로 패배를 했는데 한 세트만 더 따냈더라면, 그걸 못따나 이런 생각도 들지만 그게 쉽지 않으니 명승부가 나오는 것이고, 이게 바로 배구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은 여러가지로 머선일이고라고 할 부분들이 많아서 이렇게 타이틀을 한 번 정해봤습니다.

 

기업은행 수비 머선일이고!?

기업은행이 1~2세트를 가져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말도 안되는 수비였습니다. 리시브도 일단 비교적 잘 버텨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말도 안되는 디그들이 다양한 선수로부터 여러번 나오면서 실점될 것을 다 막아내면서 도로공사가 조금 당황한 듯 보였습니다. 그만큼 선수들도 바쁘게 움직였고, 열심히 뛰었고, 몸을 날리면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와 이걸 막는다구요? 그렇다면 당신이 이겼습니다 이 소리가 절로 나오는 수비들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나 2세트 막판부터 슬슬 리시브 쪽에서 균열이 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불안함을 느껴야했고, 그 불안감은 현실이 되어가는 중이었죠.

 

김호철 감독 봉인해제!

호랑이 감독으로 유명한 김호철 감독이 점점 이제 언성이 높아지고 하면서 명성에 걸맞는 작전타임 풍경이 서서히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틀린 말은 없더라구요. 들어보면 현재 팀 상황이 정상적으로 해서는 도로공사를 이기기 어렵다, 그러니 변칙적으로 잘 풀어나가야 한다는 말부터 정신 안차리냐, 왜 기다리고 있나, 그냥 올려만 놔선 안된다 제대로 세팅이 되어야 해볼만한 것이다 하면서 호통을 치는데 어투가 강하고 그래서 그렇지 팀 상황을 정말 잘보고 있단 생각이었습니다. 일단 또 감독이 바뀌고 기업은행에서 없어진 것이 작전타임 이후에 나갈 때 다 같이 파이팅 외치는 장면은 나오지 않고 있는데 그거 외칠 시간에도 하나라도 더 짚어주는 그런 알찬 작전타임이 되고 있습니다.

 

전새얀 머선일이고!!

오늘 도로공사에서는 전새얀이 최고였습니다. 팀이 잘 풀리는 상황에서 들어와서 전새얀은 득점을 계속 올려줬고, 조금 답답하게 흘러가던 상황에서 전새얀의 활약이 도로공사를 지탱하고 끌고가줬습니다. 평소라면 문정원과 전새얀이 후위, 전위를 번갈아가며 교체했을텐데 오늘 전새얀이 너무 좋았다보니 전새얀은 고정에 박정아와 문정원을 번갈아 교체하는 상황이 나왔습니다. 진짜 너무 잘해서 오늘 전새얀은 뭐 말할 것이 없네요. 페인트 찔러야 할 때도 처리성을 하는 것이 아니라 딱 블로킹 뜬거보고 빈 곳 노려서 찔러 넣고 했는데 오늘만 같으면 도로공사가 공격에서 확실한 옵션 하나를 더 챙겨갈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오늘 교체로 나와서 오랜 시간 출장하며 16득점 38% 공격성공률 기록했습니다. 

 

김희진 머선일이고!!

김희진이야 사실 말이 필요없는 전천후 멀티플레이어의 느낌인데 제가 김희진을 본 이후로(배구 정말 짧게 봤다는 것을 감안해주세요) 최고의 활약이었습니다. 무려 외국인 선수가 없다시피 해서 게임을 펼쳤는데 켈시와 쇼다운이 되더군요. 후위공격 날아와서 성공시키는게 진짜 대단했습니다. 김희진이 이렇게나 잘해주고 하니깐 아 맞다 기업은행 산타나 지금 거의 안뛰지 이걸 뒤늦게 떠올리게 되더군요. 매번 오늘처럼 해주길 기대하면 김희진이 좀 너무 과부화가 올 것 같긴한데, 정상적으로 라인업 돌아갈 수 있다면 기대를 가질 수 밖에 없는 활약이었습니다.

 

근래 계속 좋은 김주향

김주향이 최근에 좋은 활약이어나가고 있는데요, 오늘도 김주향은 시원시원했습니다. 빠르게 올려주는거 처리가 정말 좋네요. 스윙스피드가 빨라서 그런지 타이밍 잘 맞으니깐 진짜 위력적입니다. 김호철 감독이 자가격리 기간에 TV로 경기를 보면서 선수들 분석을 하는데 김주향에게 아 좋아 좋아 왜이리 잘해 이런 식으로 평가를 했다고 하던데 김호철 감독이 김주향의 능력을 더 끌어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조금의 집중력이 아쉬웠던 기업은행

오늘 두 세트를 먼저 땄을 때 도로공사 연승을 이걸 기은이 끊는다고!? 이러면서 사실 설레발 좀 쳤는데요, 2세트 막바지부터 살짝 흔들리기 시작한 리시브를 시작으로 이제 더이상 나오지 않았던 기적 같은 디그, 그러면서 수비력이 조금 떨어지고, 도로공사는 점점 이제 수비도 올라오고, 세터도 이고은이 나와서 멋진 디그와 이단 힘들게 올린 것들을 박정아와 켈시가 득점으로 이어주면서 나이스 플레이에 이은 득점 이런 것들이 경기력을 확 끌어올렸습니다. 이 타이밍에 기업은행은 범실도 좀 많았고, 1, 2세트에서 보여주던 짜임새와 집중력이 떨어진 플레이가 나오면서 연속으로 3세트를 내주는 아쉬운 결과를 낳았습니다. 오늘 어찌보면 외국인 선수가 없이 켈시를 상대해야 하는 기업은행이었기에 5세트까지 간 것도 사실 대단한 것이지만, 이게 막상 2세트를 먼저 따고 연속으로 쫙 내주니깐 잘한 것 맞아도 상실감도 크네요. 5세트에서 김현정의 서브 범실도 생각나고 이래저래 아쉬운 장면들이 많이 그려집니다.

 

 

도로공사는 9연승을 달리게 됐습니다. 연승이 길어지고 있는데, 연승하는 과정을 보면 고비가 있기 마련인데요, 오늘 경기가 그런 고비였던 경기였고, 잘 안되는 날에도 이것을 끝내 가져올 수 있는 저력, 강팀의 조건을 오늘 도로공사가 보여준 듯 합니다. 이고은도 오랜만에 긴 시간 투입되어서 좋은 활약보였고, 전새얀은 오늘 최고, 박정아도 클러치 때는 살아난 모습, 켈시의 블로킹 위에서 찍어누르는 고타점 공격 이런 것들 고루 나오면서 좋았네요. 이 연승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와 더불어 김호철 감독 하에서 기업은행은 언제쯤 승리를 기록할지도 앞으로의 관심사가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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